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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동역자님께.
할렐루야!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집 앞까지 왔던 물이 거기서 멈추었습니다.
바로 성도님들께서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한 그 시간입니다.
여호수아 3장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물이 넘실대는 요단강을 건너려고 할 때에 궤를 맨 제사장들이 믿음으로 발을 물에 담그자 곧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던 물이 그치고 요단(강)을 마른 땅으로 건넜습니다.
지금 저희 교회가 있는 곳이 마른 땅으로 변해있습니다. 주택 단지 밖으로는 아직 사방으로 물바다입니다.
지난 10월 30일 태국 총리가 대홍수의 위험은 지났다고 발표했을 때 저희 교회 주변으로는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에 1 센치미터 이상씩 올라오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집 마당 안쪽으로 10센치미터 정도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침수를 지연시키려고 급히 시멘트로 벽돌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벽돌 안쪽에 자꾸 물이 고이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물이 들어오지?” 물은 밖에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땅 속으로도 스며들어온다는 것을 이번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은 절대로 막을 수 없고 (물론 큰 홍수를 말합니다) 오직 피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노아가 방주로 피했듯이.
이미 수많은 동네가 이런 식으로 물에 잠겼는데..... 문득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소설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주인공이 싸우고 있는 서부전선에 매일 많은 군인들이 죽고 비참한 고통이 연속되는데,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마저 죽게 됩니다. 그날 상부에 보내는 주인공 부대의 짤막한 보고서가 바로 ‘서부전선 이상 없다’였습니다. 거대한 전쟁에서 국소적인 죽음과 비극은 문제도 되지 않는 냉혹한 인간세상을 고발한 책으로 유명합니다. 지금 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방콕만 살면 된다’입니다.
그 다음날 우리 동네는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단지의 책임자들이 물과의 사투를 벌이며 수십대의 대형 펌프를 동원해서 24시간 물을 단지 밖으로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침수를 지연시킬 뿐 계속 물이 덮치게 되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때에 주님은 여러분들의 기도를 들어 주셨고, 저희는 살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물랐는데 이곳 주택단지가 빠툼타니 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고 강과 강 사이 중간에 위치한 지역이었습니다. 서쪽으로 짜오프라야 강이 있고 동쪽으로 방빠콩 강이 있는데 양쪽의 강이 넘쳐 주변을 모두 침수시키고 마지막으로 두 강의 한 가운데 있는 우리 동네까지 와서 50 센치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들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입니다!
아직 북쪽에 엄청난 물이 남아있고, 서서히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방콕을 이미 절반 이상 침수시키고 있습니다. 곧 방콕 전역이 물에 잠기게 되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유일한 간선도로가 끊어지게 됩니다. 제가 매주일 그 길을 통해 카렌 교회들을 방문했는데, 길이 끊어지게 되면 한참동안 카렌 형제자매들을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번 대홍수를 겪으면서 태국에 대해 다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 태국’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현대 역사 기록 이후 최대의 홍수라는 이번 재난은 이미 10개월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고 태국의 3분의 2를 덮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홍수의 위험을 인식하고 한달 전부터 뉴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한 번도 북쪽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인터넷을 뒤져서 저 스스로 알아낸 것은 200억 큐빅 미터였습니다), 어떻게 내려오는지, 앞으로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보도된 적이 없습니다. 한국 같으면 6개월 전부터 나라가 뒤집어졌을텐데..... 그리고 뉴스의 보도는, 특히 TV 에서는, ‘오늘 어디가 침수되었습니다. 빨리 피하십시오. 내일은 어디쯤 내려갈 것입니다. 피할 준비 하십시오’ 이정도입니다. ‘모래 일은 난 몰라요. 오늘과 내일 일만 알면 되요’가 태국의 국민성인가? 그런데도 재난의 핵심, 물이 아직 얼마나 남아있는지, 어떻게 내려오고 있는지, 예상 침수 지역은 어디고 피해는 어느 정도 되는지, 이런 내용은 백성도 관심이 별로 없고, 지도자나 미디어들도 알려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알고도 안하는 건지 진짜로 모르는 건지.... 참으로 신기하고 이상한 나라입니다. 답답한 저만 여기저기 뒤져서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중입니다.
아직 내려오고 있는 물이 100억 큐빅 미터 이상 됩니다. 이 양은 사방 70킬로미터 넓이 (서울시 전체 면적이 4900 제곱킬로미터 되나요?)의 지역을 2미터 덮을 수 있는 양입니다. 홍수 중앙에 있는 지역은 4-5미터 깊이가 될 것이고, 주변도 10-50 센치미터 잠기게 될 것입니다. 계속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지금까지 저희를 지켜주신 주님. 홍수가 끝날 때까지 물과 온갖 짐승과 질병으로부터 지켜 주소서.
2. 태국의 대 재난이 전화위복이 되고, 복음의 좋은 기회가 되게 하소서.
감사합니다.
태국에서 한준수 선교사 드림. | 
